"이 정도로 낮은 수치의 출산율은 들어본 적 없어요.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최근 미국의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합계출산율 수치를 듣고 보인 반응이다. 그가 본 수치는 지난해 합계출산율(0.78명)이었다. 그런데 올해 2분기(4~6월) 합계출산율은 더 떨어진 0.7명을 기록했다.
정부는 재정 긴축 기조 하에서도 내년 예산에서 저출산 분야는 늘려 잡았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가 그간 저출산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주거안정'에 초점을 맞춘 예산안을 내놓은데 대해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양육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분기 합계출산율 0.7명…0.6명대로 내려 앉나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합계출산율은 0.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0.75명)보다 0.05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9년 1분기 1.02명을 기록한 이후 18개 분기 연속 1명을 밑돌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합계출산율이 0.53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가장 높은 곳은 세종과 전남이었는데 0.94명으로 이 역시 1명이 채 안됐다.
주 출산 연령대인 30~34세의 출산율이 크게 하락했다. 올해 2분기 30~34세 여성 1000명당 출생아는 65.4명으로 전년 동기(71.7명)보다 6.3명 줄었다. 같은 기간 25~29세는 23.1명에서 20.6명으로, 35~39세는 42.6명에서 41.4명으로 감소했다.
둘째와 셋째를 낳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출생아 중 첫째 비중도 같은 기간 61.7%에서 63.7%로 높아졌다.
연초에 출생아 수가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고려하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0.78명)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택자금 저리융자 소득여건 완화 등 내년 저출산 대책에 17.6조 투입
"한국 완전히 망했네요" 美석학 놀란 합계출산율…더 떨어졌다
정부 역시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본다. 건전재정을 위해 내년에도 지출 씀씀이를 아끼겠다는 기조가 강하지만 저출산 예산만큼은 늘려잡았다. 내년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올해(14조394억원)보다 25.3% 증가한 17조5900원을 편성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방안을 '주거 안정'에서 찾았다. 내년 저출산 대책 예산의 절반 이상인 8조9732억원을 출산가구 주거안정을 위해 쓸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신생아 출산 시 디딤돌(주택구매)·버팀목(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을 부부 합산 연 7000만원 이하에서 1억3000만원으로 대폭 완화한다.
또 신생아 출산 가구에 대한 특별공급(분양)도 신설하고 공공임대도 우선 공급한다. 출산 가구가 미혼 청년, 비출산 신혼부부가 경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육아휴직 기간도 1995년 이후 처음으로 12개월에서 18개월로 연장(부모 모두 3개월 이상 사용시)하고 부모급여도 최대 월 100만원으로 상향 지급한다.
전문가들 "과감한 추가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일단 주거 안정에 주목한 정부 예산안을 긍정 평가하는 분위기다. 주거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부부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출산을 하면 신생아 특별공급을 신청할 수 있게 한 부분을 주목한다.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출산 자체에 직접 혜택을 주는 과감한 접근이라는 평가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결혼을 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 비중은 39.6%에 달한다. 10명 중 4명은 비혼 출산에 동의하는 것이다.
다만 정부 대책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디딤돌·버팀목 대출 소득 요건 완화는 그간 불합리했던 결혼에 의한 페널티를 합리화하는 수준"이라며 "육아휴직 연장과 같이 실질적으로 아이를 낳고 육아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에 따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과감한 대책을 추가적으로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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